2014-11-03

[News] 환상의 여학생 부대


환상의 여학생 부대
Phantom Schoolgirl Army
(16 multi-projection performance with sound improvisation / duration: 60min approx.)
film performance : 이행준 Lee Hangjun (영상작가)
sound : 이옥경 Lee Okkyung (첼리스트, 작곡가) & 홍철기 Hong Chulki (노이즈 음악가)
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오후 8시 한국영상자료원 2관 (선착순 무료 입장)





"처벌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빨갱이였기 때문에 처벌 받은 것이 아니라 처벌 받은 뒤에 빨갱이가 되었다." (김득중, 『'빨갱이'의 탄생: 여순사건과 반공 국가의 형성 (서울:선인, 2009), 41면)

"제복을 입은 17세 전후의 소녀들이 99식 소총을 들고 반격해 왔다. 이들의 저항은 순천의 경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세었다. 여학생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여수 여중생들이었다. "국군아저씨, 목이 마르시지요? 이걸 좀 들어보세요." 양볼에 빨간 홍조를 띠며 수줍어하는 소녀. 복숭아 빛 살결에 솜털이 드러나 보이는 그녀는 한 없이 앳되고 청순하게만 보였다."(광복 30년 (2): 전남의 주요사건』 (광주:전남일보사, 1975), 249면.)

<환상의 여학생 부대>는 1948년 10월에 일어난 여순 사건 도중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여학생 암살단에 관해 남겨진 기록과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하는 작업이다. 당시 진압 작전에 참여한 군인들과 이를 기록한 사람들로부터 '여학생 부대'에 관한 소문이 떠돌았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자기 집에서 물을 대접하겠다고 국군 병사를 유인한 후 치마 속에서 갑자기 총을 꺼내서 살해했다는 여학생 암살단이 있다. 물론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환상의 여학생 부대'는 반공 선전의 소재로 빠지지 않고 활용되었다. 여순사건 직후에 정부가 문인 등을 조직하여 여순 지역에 파견한 후에 작성된 글들을 모아 발간한 문집인 반란과 민족의 각오(1949)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이 이야기는 실제로는 정말로 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이와 같은 혐의로 처벌받은 지역의 여학생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허구 속에서만 존재한 이 여학생 암살단은 이후 '환상의 여학생 부대'라는 매우 적절한 명칭을 얻게 된다.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이 명칭과 함께, 언제나 이 소문에 관한 논의에서 등장하는 사진 한 장이다. 사진작가이며 해방 후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많은 기록사진을 남긴 이경모 선생의 사진이었다. 반란군이 지리산으로 도망가고 진압이 완료된 이후에 시민들을 소집하고 분류하여 반란의 가담 여부, 혹은 그러한 의혹에 따라서 삶과 죽음이 결정되었던 장소인 학교운동장에서 찍은 이 사진에는 생사가 걸린 분류/심사를 기다리는 일군의 여학생들이 사진사, 혹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얼굴들이 담겨있다. 그들의 얼굴은 진짜인가, 아니면 가짜인가? 그들은 적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친구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이 프로젝트는 2012년 순천의 예술공간 돈키호테와의 협업으로 시작되었다. 순천의 음악다방, 사진관, 극장, 드라마 세트장, 기념관 등에 대한 기록으로부터 출발해 현재는 여순사건을 중심으로 한 역사적 사건의 재현과 매체의 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로 발전되었다. 1965년 4월 1일 순천 중앙동에서 운영을 시작한 제일사진관에서 넘겨 받은 5만여장의 다양한 포맷의 인물사진 네거티브를 1차 재료로 현재 필름 퍼포먼스와 몇 편의 영상이 완성되었다. 공간 설치와 다양한 필름퍼포먼스는 최총적으로 35mm 장편 다큐멘터리의 시청각적 구조에 대한 검토 작업의 일환으로 시도되고 있다.